[현대물/할리킹/오해,착각/원나잇/스폰서/재벌공/존댓말공/미인수/소심수/삽질물]
생활고가 지겨웠던 임호진은 스폰 관계를 맺자는 차유림의 제안에 응하게 된다. 몸을 주는 대신 그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게 된 호진은 그가 주는 달콤함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호진은 제 손에 들린 명함에 새겨진 이름을 천천히 읽었다. 차유림. 섬세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다. 눈앞의 빚어놓은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랑 어딘지 어울렸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 한쪽을 살짝 올리고 있던 그가 담배를 다시 한 모금 빤다. 호진은 그의 깎은 듯한 옆모습을 보며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을 훔쳐 보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이렇게 멋진 남자가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걸까.
“시간 끄는 걸 싫어해서 용건만 간단히 말할게요.”
“네. 말씀하세요.”
“저랑 만나요. 스폰 관계로.”
남자는 심상한 어조로 대꾸한 뒤 소파에 널브러진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진은 그가 양복 상의를 입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고개를 기울였다.
“혹시 불쾌했나요?”
남자의 서늘한 물음에 호진은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침묵했다. 남자가 말이 없는 호진을 향해 덧붙였다.
“근데 내가 원래 이런 인간이라서. 별로 안 미안하니 진심 없는 사과는 안 할게요.”
호진은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 화내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고. 호진 역시 원래 그런 인간이었다. 없던 자존감이 새삼스레 생길 리가 없었다.
“관심 있으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요.”
“…….”
“강요는 안 합니다.”
“…….”
“난 감정을 소모하는 게 귀찮아서 연애는 싫고, 돈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건 스폰 관계고,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을 때만 성립이 되죠. 만약 호진 군이 내게 원하는 게 없다면,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거고.”
남자는 너무도 단순하고 확고하게 제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떴다.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
-딥 홀 본문 中에서-
BL소설을 쓰고 있는 정이소 입니다. 감사합니다 :)
http://blog.naver.com/iso_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