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 #오해/착각 #친구→연인 #첫사랑 #일상물 #잔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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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함부로 말 못할 짝사랑 중인 은호는 하소연할 겸 자주 가는 게이바로 향한다. 거기서 말 잘 통하는 인물을 만나 부어라 마셔라 술을 마셨는데, 어쩌다 보니 상황이 찐득하게 넘어간다. 거절하려는 찰나, 은호는 키스를 당하고, 그 장면을 하필이면 짝사랑 상대 강인이 목격한다. 머릿속에 딱 두 가지 물음이 떠오른다.
지금과 같이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인가, 절교당할 것인가.
-본문 中에서-
그때였다.
“……민은호?”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뭐 해?”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했다. 가슴이 설렐 만큼 적당히 묵직해 듣기 좋은 이 저음의 목소리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럴 리 없다는 희망을 걸면서, 눈동자를 움직였다.
매사 심드렁한 편이라 표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던 얼굴에 놀란 빛이 가득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런 그의 눈동자가 더욱 휘둥그레졌다.
“너…… 이게 지금…….”
하고픈 말은 시원하게 해대던 이가 지금은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은호는 그런 강인을 보다가 점점 시선을 마주하기 어려워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대관절 어디서부터 봤을까. 아니, 어디서부터건 일단 제가 남자와 키스하는 걸 본 건 확실했다. 강인이 끼어든 게 바로 그 순간이었으니까.
한여름인데도 온몸이 차게 식었다. 추울 때 그러는 것처럼 손가락이며 무릎이 덜덜 떨렸다. 머리는 완전히 굳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망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들켰다. 들켜버렸다. 그것도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켜선 안 되는 사람에게 들켜버렸다. 끝났다. 이제 다 끝난 거다. 모두 다 끝났다.
“……나는, 네가 모르는 사람한테 괴롭힘 당하는 줄 알고.”
강인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발소리가 이어졌다. 이쪽으로 다가오려는 모양이었다. 은호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했다.
“…….”
이쪽으로 다가오려던 발소리가 뚝 끊겼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자 강인이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은호는 질끈 눈을 감았다. 도통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이 상황에서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저 도망가고 싶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걷기 시작했다. 서서히 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은호야.”
막 강인을 지나치려는데 팔을 붙들렸다. 하지만 은호는 여전히 할 말이 없어서, 떠오르는 게 없어서 강인의 손을 힘주어 뿌리쳤다. 그대로 내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고집스러운 B형에 사자자리. 행복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좌우명.